행복한 향기
柳溪 권성길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들렀다가 커피가 든 텀블러를
손에 쥔 채 쇼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혹적인 향에
이끌려 향수 매장으로 들어섰습니다. 매장 직원 아가씨가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오며 여러 가지 향수를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지 못해 나는 다음에
사겠다며 매장을 나왔습니다.
다른 매장을 돌며 이런저런 상품을 구경하고 있는데,
누군가 “고객님”하고 불렀습니다. 향수 매장에 그 상냥한
직원 아가씨였습니다. 그녀의 손에는 내가 매장에 두고 온
텀블러가 들려 있었습니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닌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아까 저희 매장에 이거 두고 나가셨습니다. 커피가 아직
따뜻하고 많이 남아 있어요. 어디 가셨나 해서 찾아
다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텀블러를 받아 들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려는데,
그 직원은 쑥스러웠는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매장을 서둘러 돌아갔습니다. 그녀가 건네준 텀블러는
그때까지도 따뜻했습니다.
향수보다 더 좋은 향기가 내 마음에, 그 공간에 퍼져갔습니다.
그 어떤 향수보다 깊은 향기를 가진 건 역시 ‘사람의 향기’라는
것을 그 순간 느꼈습니다. 참 행복했습니다. 특히 모르는
타인에게서 이런 향기를 발견하는 날은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그 향기는 거창한데서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아주 작은 배려,
친절한 마음이 우리를 감동시킵니다.
친절은 파장 효과가 있다고 하지요. 친절을 받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다시 친절을 베풀게 되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전하게 되고…… 그렇게 친절의
파장은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며 세상에 퍼진다고 합니다.
반대로 불친절 역시 파장 효과가 있어서 기분 나쁜 마음도
멀리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이 나를 만나는 이 순간, 행복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
그게 친절입니다. 작고 사소한 친절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행복한 향기가 아닐까요?
(20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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