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싱개 아침편지(제30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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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를 왜 가느냐? ♤
柳溪 권성길
이어령 박사는 한국사회의 대표적 지성인이자
무신론자였습니다. 그러던 그가 2007년 세례를
받고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만나기만 하면 “혹시 알츠하이머에 걸렸느냐?"
“왜 교회에 가느냐?” “어쩌다가 예수를 믿게
되었느냐?”며 자신을 배신자 대하듯 질책하며
말했다고 합니다.
친한 친구들조차 “예수쟁이가 됐다면서?”하며
비아냥거렸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인이라면
집에서 찬송 부르고 성경 읽으면 되지 왜 사람들
앞에 나서서 예수 믿는 티를 내냐며 대놓고 욕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화내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얼굴과 거동에서
자신이 그동안 걸어왔던 외롭고 황량한 벌판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박사가 했던 질문이
있다고 합니다.
“배가 고프면 어디에 가지?”. “식당에 가지요.”.
“심심하면?”. “극장에 가서 영화 보면 되지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지요.”.
“그럼 먹어도 배고프고, 마셔도 갈증 나고, 놀아도
심심하고, 배워도 답답하면 어디를 가나?”.
“……”.
할 말이 없자, 싸우고 소송하고 사교집단처럼
이상한 짓을 한다는 교회를 들어 “그런 데를
왜 가느냐?”고 반박하더랍니다. 그때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모든 교회가 다 영적으로 건강한 것은 아니지만
역시 영혼이 메마른 사람이 찾아갈 곳은 교회가
아닌가. 부패한 교회가 있다고 해서 교회에 가지
말라는 것은 병원의 의사가 수술하다 죽었으니
앞으론 병원에 가지도 말라는 것과 같은 거라네.”
2019.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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