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
柳溪 권성길
"나 오래오래 살고 싶어"
이런 소망을 가진 사람이 참 많지요. 그런데 오래 살고 싶다는
이유는 참 여러 가지입니다. 젊을 때 고생했으니 오래 살면서
호강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오래오래
살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곳이 많아서 여행을
더 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가 어느 할머니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91세의 할머니는 소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욕하겠지만 오래오래 사는 게 제 소원이예요."
리포터가 "왜 그렇게 오래 살고 싶으세요?"하고 묻자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오래 살아야 내 딸을 돌보거든요."
노환에 몸을 가누기도 여의치 않는 그 할머니는 일흔이 넘는
딸을 돌보며 살았습니다. 할머니가 돌보는 딸은 두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중증 성장 장애인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부축이나 보조 장비 없이는 걸음조차 어려운
데다 언어능력이 부족해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할머니는 이 딸이 일흔 살이 넘도록 평생을 함께해 왔습니다.
화장실 갈 때도, 얼굴과 몸을 씻겨줄 때도 항상 함께했습니다.
할머니는 아흔이 넘는 나이인지라 건강이 나빠져 점점 딸을
돌보기가 힘에 부친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딸보다 먼저 죽으면 누가 이 딸을 보살펴주겠습니까?
내가 더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것뿐입니다."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나 아니면 밥도 못 먹는 딸을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라는 할머니. 이렇게 절실한 이유가
또 있을까요? 그렇게 세상의 어머니에게는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저마다 존재합니다.
하나님께서 도처에 한 명 한 명 보살필 수가 없어서
우리에게 천사를 보내주셨습니다. 그 천사를 우리는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2018. 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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