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패션 감각 최고야!
柳溪 권 성 길
어느 중년 여인이 예쁘게 차려 입고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길을 건너려고 건널목에 서 있는데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건너편에 보였습니다.
이럴 때 여자라면 보통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옷을 감추려들거나 빨리 그 자리를 피하려들거나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의 시선을 피하려고 합니다.
이 중년의 여인 역시 민망해서 괜히 고개를 돌리면서 길을
건넜습니다. 그런데 같은 옷을 입은 그 여자와 서로
교차되는 순간, 그녀가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워주는 겁니다.
마치 “이 옷을 고르다니 감각이 최고네요!”라는 뜻 같았습니다.
기분이 갑자기 좋아진 이 중년의 여인도 엄지손가락을
펴서 ‘최고’표시를 하며 “아니, 당신이 더 최고야”라는
뜻으로 활짝 웃어주었습니다.
그렇게 같은 옷을 입은 두 여인은 서로 웃는 얼굴로
은밀하게 찬사를 보내며 지나갔습니다.
만일 민망해서 고개를 푹 숙이거나 외면하고 지나갔다면
그 옷은 다시는 입기 싫은 옷이 될 뻔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당신 패션 감각이 최고야!” 라고
해줬기 때문에 그녀는 그 옷을 더 즐겨 입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 감각 최고야!” 하는 그 순간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순간입니다.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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