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의 인간미
- 柳溪 권성길
사랑하는 아들은 참 선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성격이 좋아서 친구도 많고, 부모 속을 썩인 적도 없습니다.
그던데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들의 등수로 전교 학생 수를 파악할 정도입니다.
어느 날 엄마가 슈퍼마켓에서 소고기를 사왔는데 아들이
냉장고에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다가 말했습니다.
“엄마, 우리도 소고기 1등급 좀 먹어보자.”
마침 그날 성적표가 나온 날이라 엄마는 자기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네 성적에 맞춰서 9등급을 사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기에 3등급 사왔다. 왜!”
할 말이 없는지 아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너무했나 싶어서 아들 방으로 간 엄마가 말했습니다.
“야, 그런데 너 등수 좀 올랐더라? 280등에서 265등이라니!
열다섯 명이나 앞섰잖아, 대단해 우리 아들!”
그러자 아들이 금세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헤헤, 이러다 나 전교에서 1등하는 거 아냐?”
아이쿠, 할 말이 없어진 엄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1등 천천히 해, 엄마가 기절할라.”
아들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거실로 나서면서 엄마는
저도 모르게 풋, 웃음이 났습니다.
어찌하겠습니까, 아들 마음 생김새가 그런 것을…….
공부 1등하면서 인간미 없는 학생보다 꼴찌이지만 인간미
넘치는 아들이 정말 좋다고 엄마는 친구들에게 아들 자랑을
실컷 합니다. 1등보다 꼴찌가 아름다운 이유, 앞자리보다
뒷자리가 정겨운 이유, 그 자리에 서면 ‘내게로 오는 사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서면 ‘내가 다가가야 할
마음’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1등보다 꼴등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대로 나름대로
모두 그 자리의 가치는 있는 거겠지요. 특히 인간적인 따뜻함은
언제나 중심의 자리에서 비켜난, 구석의 자리에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하루 중의 시간도 저녁 시간이 좋습니다.
시간의 중심에서 약간은 비켜난 구석의 시간, 그래서 더
정감이 있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201810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