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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생의 손맛

검은물개들 2018. 11. 16. 09:36


         인생의 손맛 
      내가 살고 있는 굴포천을 따라 걷기 운동을 하다보면 계절에 관계없이 낚시꾼을 만나게 됩니다. 굴포천 가에 휴대용 의자를 내어 놓고 거기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잉어가 떼를 지어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동안 지켜보니, 움직임 없이 앉아 있는 그가 흐르는 물을 보는 것인지 낚싯대를 보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가 낚는 것이 고기인지 세월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낚시꾼으로 유명한 강태공은 낚싯바늘 없이 줄만 물에 드리우고 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낚는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 낚시를 하는 사람에게 “고기 많이 잡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실례되는 말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제가 어부 입니까?” 이렇게 말하면서 쓴웃음을 짓는다고도 합니다. 대신 그들은 서로 이런 말을 나눈다고 합니다. “손맛 많이 느끼고 가십시오.” 손맛 느끼는 것, 바로 그것 때문에 낚시꾼들은 주말이나 휴일이면 낚시 도구를 챙겨들고 강으로, 바다로 나갑니다. 우리가 사는 일도 다르지 않겠지요. 인생의 재미가 과연 무엇을 ‘벌어들이는데’만 있는 것일까요? 낚시꾼이 손맛 때문에 낚시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인생의 손맛을 느끼기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낚시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라고 합니다. 기다리는 것을 잘하는 사람은 결국 낚싯대 끝으로 전해지는 찌의 세미한 움직임을 손안에 느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한 낚시꾼은 서둘러 장비를 챙겨 일어나고 맙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다가오는 설렘, 희망, 그 후에 느끼는 보람…… 그게 인생의 손맛이겠지요. 설렘과 기대, 희망과 위로 그리고 보람…… 그런 인생의 손맛을 잘 느끼고 계시는지요. 2018. 11. 15 - 柳溪

출처 : 소망의 동산
글쓴이 : 끄싱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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