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베풀면서 살자

검은물개들 2018. 6. 14. 23:27



베풀면서 살자



어느 아파트 단지에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나타납니다. 하교하는 시간과 할아버지가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나타나는 시간이 비슷해서
그 아파트의 학생들이 할아버지와 마주쳤습니다.


요즘 아파트들은 분리수거하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고
보안 업체직원들이 관리하지만 그때는 헌 옷이며 내다 버린
종이가 많았습니다. 한여름 서 있기조차 힘든 폭염에도
할아버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폐지를 모았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슈퍼마켓에서 파는
빵 봉지를 뜯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가 좋지 않은 지 빵을
구겨넣듯 입에 넣고 몇 번 우물우물하다 어렵게 삼키곤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어느 중학교 여학생이 음료수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망설여졌습니다. 어떻게 말을 걸아야 할지, 어떻게 필요한 것을
건네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집에서 시원한 물을 가지고 나와
할아버지에게 건넸습니다. 할아버지는 몇 번이고 사양하다가
그 물을 받아서 시원하게 마셨습니다. 그 아주머니를 시작으로
할아버지를 돕는 손길이 마치 릴레이 같았습니다.


어느 아주머니는 김밥을 들고 나와 할아버지에게 드렸고,
어느 아주머니는 국을 떠 와서 드시라고 하였습니다.
그 뒤로 할아버지는 올 때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할아버지가 드실
음료수와 음식을 가져다 드리곤 했습니다.
폐지도 따로 모아두었다가 할아버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동네 주민들의 그 따뜻한 호의가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폐지를 판 돈으로 뭐 좋은 일을 할 게 없나 고민하다가
동사무소에 봉투를 하나 들고 들어갔습니다.
“좋은 일에 써 주세요.”
할아버지는 그렇게 매달 폐지를 모아 판 돈의 일부를 동사무소에 기부했습니다.


그 동네 어느 여중생이 그날 이후에 습관 하나가 생겼습니다.
어디서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
도와주는 습관입니다. 여중학생이 동내 아주머니들에게 배웠습니다.
선행은 커다랗고 위대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보살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20180612)
- 柳溪 권성길







 
 

출처 : 소망의 동산
글쓴이 : 끄싱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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